ESG경영, 우리 회사는 준비됐나요? 현장에서 배운 솔직한 이야기
"투자자 미팅에서 ESG 보고서 있냐고 물어보는데, 솔직히 뭘 보여줘야 할지 몰라서 당황했습니다."
작년 한 중견 제조업체 CFO분이 저에게 털어놓은 이야기입니다. 그분 회사가 특별히 준비가 안 된 게 아닙니다. 대부분의 중소·중견기업이 ESG라는 단어를 들으면 비슷한 반응을 보입니다. "우리도 해야 하는 건 알겠는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저도 처음 이 주제를 파고들기 시작했을 때 똑같이 막막했습니다. GRI, SASB, TCFD, ISSB… 약어만 네 개입니다. 근데 막상 실무에서 ESG를 제대로 세팅한 기업과 그냥 보고서만 찍어낸 기업을 비교해보면, 차이가 생각보다 훨씬 크더라고요.
오늘은 그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 그리고 우리 회사가 내일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솔직하게 써보겠습니다.
한국 기업 ESG 현황, 숫자로 보면 놀랍습니다
삼성SDS의 2025년 ESG 주요 이슈 분석을 보면, 글로벌 ESG 흐름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 실감이 납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국내 시총 250대 기업 기준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시한 기업 수 추이를 보면:
| 연도 | 공시 기업 수 |
|---|---|
| 2021년 | 78개 |
| 2024년 | 204개 |
| 2025년 | 225개 |
4년 만에 약 3배. 생각보다 훨씬 빠른 속도입니다. 특히 국내 매출액 30대 기업은 이미 100% 공시 중이고, 시가총액 10조 원 이상 기업도 86%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제 대기업들에겐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데 여기서 많은 중견기업 분들이 오해하는 게 있습니다. "우리는 대기업이 아니니까 아직 괜찮다"는 생각입니다. 틀렸습니다. 공급망 압력이 그 논리를 무너뜨립니다.
왜 중견·중소기업도 지금 움직여야 하나
현장에서 보면, ESG 압력이 대기업에서 협력사로 내려오는 속도가 무섭게 빨라지고 있습니다.
한 자동차 부품 협력사(이하 A사)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A사는 매출의 60% 이상을 완성차 메이커 한 곳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2024년 말 그 완성차 메이커로부터 "내년부터 협력사 탄소배출 데이터를 제출해야 합니다"라는 공문을 받았습니다. 준비할 시간이 6개월이었습니다.
A사가 처음 저희에게 연락했을 때 상황은 이랬습니다:
- 탄소배출 데이터를 수집하는 체계 자체가 없었고
- ESG 담당자가 따로 없어서 총무팀 과장이 겸직으로 맡았으며
- 보고서 양식조차 어디서 구해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 3개월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데이터를 모으려고 보니 에너지 사용량 기록 자체가 제대로 안 돼 있었고, 담당자는 본업과 ESG를 병행하느라 번아웃 직전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ESG 세팅, 어디서 갈리나
A사가 전환점을 맞은 건 "보고서 만들기"에서 "거버넌스 세우기"로 목표를 바꿨을 때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ESG를 "보고서를 만들어서 제출하는 일"로 인식합니다. 그래서 보고서 대행사에 의뢰하고, 완성본을 받아서 제출합니다. 그런데 이 방식의 문제는 다음 해에도 똑같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겁니다. 데이터가 내부에 쌓이지 않으니까요.
반면, 제대로 접근하는 기업들은 다릅니다:
1단계: 현황 진단부터 정직하게 우리 회사의 탄소배출이 어디서 얼마나 나오는지, 공급망 리스크는 무엇인지, 이사회가 ESG 이슈를 얼마나 인지하고 있는지. 이걸 솔직하게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2단계: 거버넌스를 먼저 세운다 국내 시총 250대 기업 중 71.2%(178개사)가 이사회 내 ESG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건, ESG가 실무 담당자 한 명의 일이 아니라 경영진의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들어가야 한다는 겁니다. 중견기업이라면 전담 위원회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영진 정기 보고 체계라도 먼저 만드세요.
3단계: 데이터 수집 체계를 자동화한다 이게 사실 가장 어렵고, 가장 중요합니다. 매달 수작업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집계하는 건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BPRM의 데이터 관리 기능처럼 경영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추적하고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을 활용하면, ESG 관련 지표를 일상적인 경영 데이터와 함께 관리하는 게 훨씬 수월해집니다.
대기업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것
SK스퀘어는 내부탄소가격제를 도입해 CDP 기후변화 대응 '리더십 A' 등급을 받았습니다. 내부탄소가격제는 탄소 1톤당 가상의 가격을 설정해서, 투자 의사결정 단계부터 탄소 비용을 반영하는 방식입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이게 실제로 작동하려면 경영진이 그 숫자를 믿고 따라야 합니다.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문제입니다.
현대자동차는 자사 배출뿐 아니라 공급망 전체의 탄소중립을 목표로, 협력사가 자체적으로 탄소중립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앞으로 공급망 탄소 관리(Scope 3)가 ESG 평가의 핵심 항목이 될 거라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협력사인 여러분의 회사가 데이터를 못 내놓으면, 발주사 입장에서는 협력사를 교체하는 게 더 쉬운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글로벌 공시기준, 뭘 써야 하나
실무에서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정답부터 말하면: GRI부터 시작하세요.
| 공시 기준 | 국내 도입률 | 특징 |
|---|---|---|
| GRI | 99% | 가장 범용적, 입문용으로 적합 |
| SASB | 96% | 업종별 특화 지표 |
| TCFD | 89% | 기후 리스크 재무 공시 |
| ISSB (IFRS S1·S2) | 상위 50사 중 51% | 국제 표준화 추세 |
GRI는 국내 공시 기업의 99%가 쓰는 만큼, 사실상 업계 표준입니다. 여기서 시작해서 업종 특성에 맞게 SASB를 더하고, 투자자 대응이 중요해지면 TCFD나 ISSB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게 현실적입니다.
ESG 트렌드, 앞으로 뭘 봐야 하나
제 생각엔, 앞으로 3년 안에 두 가지가 크게 바뀔 것 같습니다.
첫째, 공급망 탄소 관리(Scope 3)가 본격화됩니다. 지금은 대기업들이 자사 배출(Scope 1·2)을 관리하는 단계지만, 협력사 배출(Scope 3)로 요구가 확대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둘째, 생물다양성이 새로운 이슈로 부상합니다. 탄소중립에 집중하던 ESG 어젠다가 생태계 전체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생소하게 들릴 수 있지만, 2~3년 후엔 탄소처럼 당연한 공시 항목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주주행동주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24년부터 주주총회에서 ESG 지표가 실제로 활용되기 시작했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압력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지배구조(G)를 소홀히 했다가 주총 시즌에 곤란해지는 경우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겁니다.
FAQ: 현장에서 자주 받는 질문들
Q. ESG 공시 의무화가 연기됐다는데, 그럼 좀 더 기다려도 되나요?
의무화 일정이 2026년 이후로 연기된 건 맞습니다. 그런데 '의무화 전이니까 안 해도 된다'는 논리는 위험합니다. 대기업 공급망 요건은 의무화와 상관없이 이미 돌아가고 있고, 해외 투자자나 글로벌 바이어와 거래하는 기업이라면 지금도 ESG 역량을 요구받을 수 있습니다.
Q. 중소기업인데, ESG 담당자를 따로 뽑아야 하나요?
현실적으로 처음부터 전담자를 뽑기 어렵다면, 기존 인원이 파트타임으로 맡되 경영진이 직접 관심을 갖는 구조를 만드세요. 담당자가 혼자 끙끙대다 소진되는 게 가장 흔한 실패 패턴입니다. 경영진이 ESG를 경영 어젠다로 다루지 않으면, 담당자 혼자선 아무것도 못 바꿉니다.
Q. ESG 보고서 대행사에 맡기면 안 되나요?
외부 도움을 받는 건 괜찮습니다. 다만, 보고서 작성만 맡기면 데이터와 노하우가 외부에 쌓입니다. 대행사를 활용하더라도 내부 데이터 관리 체계와 담당자 역량은 내부에 구축하는 게 장기적으로 맞습니다.
Q. ESG 등급이 낮으면 실제로 어떤 불이익이 있나요?
한국거래소 기준으로 2025년 현재 A+ 등급 기업은 전체의 2.3%에 불과합니다. 등급 자체보다 중요한 건 기관투자자와 연기금이 ESG 등급을 투자 스크리닝에 실제로 쓴다는 점입니다. 등급이 낮으면 일부 투자자 풀에서 자동으로 배제될 수 있습니다.
Q. ESG 시작하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
기업 규모와 현황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한의 체계를 갖추는 데 6개월~1년은 잡아야 합니다. 단, 첫 번째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내기까지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시작하고, 매년 개선하는 것입니다.
마무리: 완벽한 준비보다 지금 시작이 낫습니다
ESG를 오래 들여다보면서 느끼는 건, 잘하는 기업들의 공통점이 "처음부터 완벽하게 했다"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실수도 하고, 보고서에 구멍도 있었지만, 매년 개선해온 기업들이 결국 경쟁력을 갖게 됩니다.
아마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엔 "우리 회사는 이제 시작도 못 했는데"라고 느끼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괜찮습니다.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았습니다. 다만, 내년까지 미루면 그건 늦을 수 있습니다.
ESG 전략 수립부터 목표 관리, 성과 추적까지 경영 전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싶다면 BPRM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복잡한 경영 데이터를 한 곳에서 관리하고, ESG 관련 지표도 일상적인 경영 흐름 안에서 자연스럽게 추적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참고자료
- 글로벌 트렌드를 통해 본 2025년 ESG 주요 이슈 — 삼성SDS Insights, 2025
- 2025년 ESG 전망 — 삼성증권 리서치, 2025
- 2025 유통결산: ESG 경영 '양극화' — 그린포스트코리아, 2025
- 2025년 수출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ESG 공급망 컨설팅 — K-ESG, 2025
- 2025 한국ESG경영대상 시상식 성료 — 더위클리컴, 2025